만화_マンガ

아다치의 만화를 재미있게 보는 몇가지 방법

damducky 2013. 6. 27. 05:27




이 글은 2000년 경향신문 3CO에 올렸던 글입니다. 


글은 지금도 못쓰지만 

더럽게 못썼다...





아다치의 만화를 재미있게 보는 몇가지 방법


아다치 미쓰루는 70년대를 걸쳐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일본의 만화가이다. 대표작으로는 <터치> <미유키> <에이치 투 > <러프>...등등의 많은 작품들이 있다.

혹자들은 그의 만화체를 보고 '너무 단순하게 그려서 싫다. 그리고 언제나 뻔한 같은 줄거리의 내용들만을 이야기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아다치 만화의 재미인 것이다.

단순 담백한 그림체와 생동감 있는 현실 반영

우선 아다치의 그림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70년대와 80년대의 그림체(<러프> 이전의 그림체)를 보면 아다치의 팬 터치는 굵은 선과 강렬함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러프> 이후에 아다치의 팬 터치는 강렬함 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의 만화를 보면 진지한 표전의 그림이나 장난기 넘친 (그래서 손발들이 단순하게 표현된) 그림을 봐도 동일인물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또한 아다치의 그림체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하지만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담아낼수 있을만큼 풍부하다는 것. 캐릭터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감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아다치 미쓰루의 만화가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아직 그 진가를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삼각관계를 그린다.

더불어 스포츠를 이야기상에 꼭 집어넣는다. 그래서 그의 만화는 언제나 야구(<터치> <에이치 투> <나인>). 축구(<미유키>  <진배>). 수영(<러프>). 소프트볼(<슬로우스텝>), 권투(<슬로우스텝>), 검도(<해적판 숏트 프로그램> 2권)등의 스포츠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스포츠를 통한 대결구도 속에서 삼각 관계를 적절히 소화함으로써 단조로와질 수 있는 이야기 구조에 생동감과 젊음을 부여하는 것이다.

아다치의 삼각관계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단순히 하나의 주인공이 다른 주인공을 좋아하고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좋아하면서도 다가갈 수 없는 아픔을... 언제나 함께였기에 더더욱 다가갈 수 없는 아픔'을 조금은 느린 어조로 이끌어간다.

아다치 만화를 보면 결과에 대한 복선을 이곳저곳에 깔아둔다. 그것이 그의 작품이 단순한 만화가 아닌 현실에 대한 반영임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에이치 투>서 히로가 하까리를 좋아하면서도 하루까에게 묻는다. 너의 꿈이 뭐냐고.. 하루까는 스튜어디스가 아니라면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유는 프로선수의 부인은 다 그런 직업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럼 <에이치 투>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히로와 히데오의 갑자원 준결승. 히데오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히까리에게 선택의 기회를 다시 주겠다고 하고 히로와의 싸움을 하는데.. 히로 역시 이를 알고 히까리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마운드 위에서 펼친다.

그러나 마지막 이닝을 나가기 전 히로는 하루까에게 꼭 스튜어디스가 되라고 말한다. 히로의 말은 자기 자신은 경기와 상관없이 하루까를 선택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말이 나기 전에 예전에 히로와 하루까의 대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단순한 말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어, 마지막 히로와 히데오의 대결을 더더욱 흥미진진하게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다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앞으로 일어날 스토리의 암시를 잔잔하게 깔아놓는다.

짧은 엔딩, 긴 아쉬움과 여운! 그리고 깜찍한 작가 자신의 실수

아다치 만화가 우리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바로 예상치 못한 엔딩이다. -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러프>와 <미유키>의 결말을 무척 좋아한다.

<러프>에선 주인공 장기탁과 신기한이 오소리를(해적판 '러프'의 주인공 이름) 놓고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오소리는 대결 전에 먼저 기탁에게 사랑을 고백한 상태. 그녀는 기탁에게 고백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전달하지만 카세트 플레이어의 고장으로 기탁은 아쉽게도 이를 듣지 못한다.

그리고 기탁은 기한과의 마지막 승부를 하러 출발점으로 향한다. 마침내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고 고장나있던 카세트 플레이어가 다시 돌면서 오소리의 고백이 흘러나온다. '아아.. 여기는 오소리.. 장기탁 나와라.. 당신을 좋아합니다 .. 아아 당신을 좋아합니다'라는 조용한 외침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것이다.

아다치의 엔딩은 뭔가 아쉬움과 긴 여운을 남긴다. 이것이 아다치 만화만이 가지고 있는 극적 현실이다.

자 그럼 아다치 만화를 잼있게 보는 마지막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 서로 반대되는 화면이 순차적으로 보여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작으로 에이젠슈타인의 영화 <전함 포템킨>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수직적인 화면 구조와 수평적인 화면 구조를 번갈아 보여줌으로서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곳에서의 또 다른 감정의 상승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이것이 바로 몽타쥬 기법인데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통해 전혀 새롭고 색다른 감정을 발생시키는 기법이다.

아다치 만화에서 보면 그런 몽타쥬 기법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다치의 몽타쥬는 단순한 그림이 다른 차원을 넘어선 감정의 몽타쥬라고 볼 수 있다.

그의 만화는 스포츠와 삼각관계의 구도를 교묘히 배치시켜 스포츠의 결과에 따라 삼각 관계가 정리될 것처럼 유도한다. 그리고는 시합의 과정을 느린 속도로 진행시켜 긴장감을 배가시키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러나 이런 감정의 고조가 극에 달했을 때는 언제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하늘과 수영장,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일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지면을 가득 매운다.

이것은 삼각관계와 스포츠 시합을 통해 독자들의 감정을 극으로 올려주고, 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 시간의 다른 모습(주로 편안함을 주는 화면 또는 일상의 무료함을 보여주는 화면)을 삽입하여 이야기 구조의 맥을 끊어주는 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몰입을 차단시킴과 동시에 극적인 현실에 처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과 전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연달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감정 효과를 유발하는 것.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손에 땀을 쥐는 시합을 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평범한 일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서로 상반된 느낌을 전달하여 그 안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생시킨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 <러프>의 '엔딩', 시간을 초월해서 다양한 시퀀스를 보여주는 <터치>의 엔딩... 그리고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배경들...

이러한 요소들이 아다치 만화를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다.

아다치 미쓰루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도 매우 흥미롭다. 그의 만화를 보면 종종 만화가가 직접 출현하여 자기 만화를 광고를 한다거나 이전에 잘못 말했던 것들을 자세히 설명하며 사과를 구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러프>에서 캐릭터 신기한 선수는 처음에 외아들로 설정되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아다치가 직접 나와 신기한 선수가 막내라고 말하고 양해를 구한다.

아다치는 <에이치 투>에서 갑자원 대회 기간동안 선수들이 머물고 있는 여관 간판의 한자를 잘못 표기한다. 갑자기 어느 화면에선가 아다치가 나타나 여관 간판을 고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듯 아다치는 작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또 하나의 재미로 만들 줄 아는 재치를 보여준다. 나쁘게 말하면 첨부터 이야기를 탄탄하게 잡고 들어가지 않은 실수겠지만 그것 또한 이렇게 아다치 만화의 재미로서 작용하니 '아이러니한 재미'라고 표현할 만하다.

이처럼 아다치의 만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는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여기 저기 숨어있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룰을 머리에 떠올리며 아다치의 만화를 읽어보시길...

그 독특한 재미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기사등록 : 2000.08. 28  15시

김현태 (애니메이션 연구 동아리 ZAYU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