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_排泄

영화 신 고질라를 보고

damducky 2016. 8. 18. 22:01

신 고질라


(모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8/17 현재 230만 동원 33억엔의 흥행성적으로 올리며

현 일본 극장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 안노히데야키의 신 고질라


야후영화 평점에서도 4.2점(5점 만점)이상을 받으며

일본인들에게 크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http://movies.yahoo.co.jp/movie/354182/


고질라는 1954년 일본의 토호(東宝)영화사에서 제작되어, 개봉된 괴수 영화로서

지금까지도 일본인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유명세로 헐리우드에서도

2차례 영화화된 적이 있다.


이번 신 고질라의 감독 안노히데야키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면서도

특촬물팬으로서도 굉장히 유명하다

최근작 신 극장판 에반겔리온 Q의 극장 상영시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등장하는

거신병의 등장을 특촬물로 촬영

신 극장판 에반겔리온Q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강제로 상영했다.

(적어도 직접 극장을 간 나에게는 그랬다.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은 팜플렛에도 거신병을 집어넣었다는 것!!! 그딴 특촬물 보러 극장가고 팜플렛 산게 아니라고!!!)


그만큼 일본의 특촬물을 보며 미장센을 배운 안노히데야키는

신 극장판 에반겔리온의 후속작을 뒤로 한 채

신 고질라를 만들었다.


이야기는 심플하다

도쿄에 고질라가 나타났다.

일본정부, 자위대의 힘으로 고질라를 물리친다.


플롯은 지극히 단순하다.


이런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플롯이니 이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말 할 것도 논의 할 것도 없다.


중요한것은 이런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신 극장판 에반겔리온 [서] 의 내용을 그대로 실사로 옮겼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내러티브다.

신고질라에 실망한 관객들의 대다수는 바로 이부분에서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는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은 이 지점에서 좋아한다.)


고질라는 사도와 대응하고 (시간순서적으로 보면 사도가 고질라를 모티브한 것 이겠지만)

고질라를 제압하는 마지막 작전은 에반겔리온의 야지마작전과도 같다.


음악역시 에바와 같은 느낌의 (도입부만 들어보면 에바라고 말해도 될 정도)음악을 쓰니


어떻게 보면 안노히데야키 본인이 의도적으로 신고질라를 에반겔리온의 패러리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안노히데야키 안에서는 두 작품은 다른 작품이 아닌 같은 작품인 것 같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특촬물의 내러티브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거나 일본만세를 외치고 싶은 사람이 보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반대로 특촬물에 그리 관심이 없거나 고질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 보기엔 20년전 헐리우드에서 인디펜던트데이 만들던 그 시기였다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


갑자기 왠 `국뽕(?)` 을 말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도 있겠지만

`디 워`에서 나타난 현상이 이번 작품을 보고 난 뒤 인터넷에서 보여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만큼 일본에서 특촬물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둔 실사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마블과 DC작품들과 비교해서 스토리적으로도 전체적 만듬새가 좋은 작품들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일본 원작에 볼 만한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국뽕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면에서 신 고질라는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은 볼 만은 하다는 거다.)



신 고질라를 보고 온 회사동료가 하는 말이 일본을 정확히 표현한것에 놀랐다고

무엇이 표현 되었냐고 물으니

실제적으로 위험이 나타났을 경우 자위대의 움직임이 잘 표현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동생이 현 자위대 간부이고 신 고질라를 본 후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표현된 묘사에 대해 확인했다고 한다.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왠지 모를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자위대가 어느 선부터 자국의 안전을 위해 자위권을 발동해도 되는가(이 부분에 헌법9조는 없다.)

국제연합을 비롯한 미국의 위치, 일본을 원조하는 타국의 권리

고질라를 무찌르기 위해 일본 사회가 하나로 힘을 합친다는 등

내용면에서도 일본특유의 전체주의를 중심으로 개인보다는 조직의 힘을 강조한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야말로 헐리우드에서 할 수 없는 일본이기에 가능한 미덕이라고도 한다.)


처음 고질라가 나타났을 때 일본정부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정치가들을 비웃는 듯한 블랙코메디의 느낌을 주지만 이후 고질라의 정체를 안 이후, 총리등 중요 정치가들이 고질라에 의해 죽게 된 다음은 전반의 블랙코메디는 어디 간 듯 엘리트 일본공무원들에 의한 일본전체주의의 승리를 보여주는 듯 하다.

정체불명의 거대 생명체가 등장했음에도 개인의 고민은 없다.

모든 개인은 유기적으로 조직안에서 움직이고 조직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유일하게 개인적인 행동을 보이는 카요코(이시하라사토미)만이 영화 중반 이후에는 일본조직안에 스스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은 별다른 정당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같은 전개는 3.11동북대지진이후 일본정부가 보여준 태도에서 크게 다르지않다.


처음엔 무능 그다음엔 정부에 의해 안전함을 강요당하는 일본의 사회와 신 고질라에서 보여주는 그 것은 다름이 없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보는 일본인들로 하여금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여담으로 2011년 대지진이 나기 전에는 도쿄올림픽은 그렇게 여론의 힘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3.11지진 이후 매스컴을 필두로 동북대지진의 구호를 응원하기 위해 도쿄올림픽을 개최를 주장했을 땐 전국적인 지지를 받았다.

현실은 지금 주경기장도 처음 설계안대로 지을 돈도 없어 설계변경까지 한 지경이다.)


그리고, 이런 특촬물,만화,애니메이션원작 실사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인 배우들의 연기력

이시하라사토미는 진격의 거인에 이어 이번에도 최악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가 좋았냐?

이 부분에서는 배우들이 안노히데야키에게 감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설픈 연기가 들키기 전에 컷을 넘겨 대사 한 줄 치고 끝나는 식의 컷분할이 어설픈 연기력을 커버했다고 볼 수 있다.


주연인 하세가와와 이시하라의 연기는 위에도 서술했지만 진격의 거인과 별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하세가와가 이시하라보다는 나았다.)

물론 이번 작품의 연기력들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다름 작품들과 비교하면 눈 뜨고 봐 줄 만은 하다.


그리고 일본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훈과 감동

너무나 작위적이다.

고질라를 쓰러트렸음에도 승리의 기쁨을 말하지 않으며 폼을 잡고 일본의 미래를 말하는 두 주인공, 그것도 보고 느껴지는것보다는 대사로 강요하는 일본특유의 영화적문법(?)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이번 신 고질라의 컷분할은 굉장히 스피드하고 카메라렌즈는 광각과 망원을 오고 간다.

그리고 그 수많은 불필요한 자막과 의미없이 계속되는 대사

이미지의 과잉이다.


안노히데야키는 울트라맨 TV씨리즈를 연출했던 짓소지감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번 신 고질라에서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지는 모르겠지만

의미없는 자막과 컷분할 카메라앵글 대사

모든게 허무하다.

물론 이런 부분에서 안노히데야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의미가 없는 대사라면 차라리 쿠엔티타란티노를 보고 배웠으면 한다.

그의 첫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의 도입부를 보라

마돈나의 라이크버진과 웨이트리스에게 주는 팁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로 무엇을 풀어 내는지)


사건의 발생은 우연이지만 사건의 해결은 필연적이여야 하거늘

고질라의 약점을 알게되는 과정은 어이없을 정도이다.

조디포스터의 영화 콘택트(칼 세이건 원작소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보기 좋게 가지고 갔다.



그리 좋지 않은 평가를 했지만

반대로 이런 부분에서 신 고질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지금이다.


이렇게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적어도 내가 일본에서 산 10년동안 성공한 엔터테인먼트영화가 없었기 때문일 수 도 있다.

그만큼 일본인들은 일본산 블럭버스터에 갈증을 냈고

고질라라는 일본에서 흥행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프랜차이즈에 대한 노스텔지어이자

절대로 무너져서는 안되는 그 것이다.



[인디펜던스데이]를 즐겁게 본 사람들에게는

안노히데야키의 신 고질라는 딱 그만큼의 재미를 선사 할 것이다.


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신 극장판 에반겔리온의 마지막 편을 기다리겠지만

내가 아는 정보로는 당분간 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맘 편할 것이다.